요즘 서핑이 유행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서핑 하면 뜨거운 태양 아래 파도가 만들어내는 배럴 사이로 글라이딩하는 모습이나 집채만한 파도를 잡아타 십수미터의 높이에서 수면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지만 서핑을 하면서 가장 많이 겪는 일이 바로 Wipe Out 이 아닐까 합니다.
Wipe Out은 서핑중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핑보드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한번이라도 서핑을 해보신 분들은 이미 많이 겪으셨을테고 서핑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은 티비화면에서 ‘저거저거 아이고 자빠진다’ 이러면서 한번쯤은 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초보자분들은 해변에서 이제 막 바다로 보드를 들고 들어가려는 찰라에 마주치는 큰 파도에 휩쓸려 해변에서 뒹굴뒹굴 구르기도 하고 패들링 해서 라인업으로 나가는 도중 마주친 파도에 휩쓸려 다시 해변쪽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물론 와이프아웃은 초보자만 당하는건 아니죠. 중상급자 분들도 파도를 잡아서 일어나야하는 take off시에 중심을 잘 못 잡거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파도가 너무 빠르거나 힘이 센 경우 보드에 제대로 올라타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서핑수업 강사분들이 빠지지 않고 설명하는게 안전한 wipe out 요령입니다. 얕은 수심에서도 깊은 수심에서도 위험한게 이 wipe out 상황이니까요. 딱히 서핑에 국한되는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물에 빠지면 위험하고 힘들고 무섭잖아요 ㅎ
그냥 물에 첨벙 빠지는경우, 마주오는 파도와 바람에 몸이 뒤집혀 떨어지는경우, 신나게 속도내 take off 하는데 중심을 너무 앞쪽으로 잡아 바로 바다로 처박히는 경우등 서핑보드에서 떨어지는 일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잘 타면 좀 몇가지 예만 들어도 될텐데 아직 초보라 너무 많네요.
오늘은 이런 wipe out 상황중 파도에 먹혀 물 안에서 빙글빙글 구르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경우 세탁기 안에 들어가있는듯한 모습이라 표현하고 똑똑한 한국 서퍼들은 통돌이라고 표현하더라구요. 겪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큰 파도에서 통돌이 한번 당하면 정말 신이 나를 세탁기 안에 넣고 강력이불세탁코스로 돌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통돌이 상황에서는 혼자 파도에 휩쓸리는게 아니고 주변에 있는 서퍼들이 한꺼번에 휩쓸리다보니 물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어디선가 날아온 서핑보드에 맞거나 아니면 바닥에 있는 바위에 몸을 부딛치거나 하는등 자잘한 부상등을 입기 쉽습니다. 어차피 폐에 공기가 들어차 있는 이상 가만 있으면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니 머리를 감싸고 몸을 동그랗게 만든 후 가만 있으면 된다라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나요. 파도는 나를 이리저리 잡아당기고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데요.
수십번의 통돌이 경험이 있지만 그 중 가장 강력했던 경험은 바로 인도네시아 롬복(Lombok)에서 였습니다. 서핑의 천국인 발리섬과 마찬가지로 롬복에도 다양한 서핑 스팟이 있고 저를 바다속 바닥까지 끌어당겨 뒹굴리던 파도가 있던곳은 Gerupuk 지역이었습니다.
Gerupuk 에는 정말 기계로 찍은듯한 2-3미터의 파도가 계속 들어오는 Inside와 그보다 조금 작은 outside. 조금 들쑥날쑥하다던 Dondon 이렇게 세곳의 서핑포인트가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해변에서 포인트까지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위 사진에서 보이는 Gerupuk Surf Cafe 앞에 있는 선착장에서 포인트까지 배를 타고 나가 서핑을 즐기는 포인트입니다.
서핑이라고는 해변에서 라인업까지 죽도록 패들링을 해서 나가 숨좀 돌릴 만 하면 또 들이닥치는 파도에 어푸어푸 하는게 다인줄 아는 초보 서퍼에게는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커다란 보트와 제트스키는 아니지만 그래도 배를 타고 서핑포인트까지 가는것 자체만으로도 왠지 실력이 조금 는 것 같기도 하고 빅웨이브 서퍼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30-40분정도는 2-3미터의 부드럽고 힘있는 완벽한 파도들이었습니다. 함께했던 로컬 서핑 가이드도 오늘은 날도 좋고 파도도 좋다고 신나게 탔으니까요. 몇번의 즐거운 라이딩을 마치고 다시 라인업에 돌아와 서핑보드 위에 앉아 다리 굴리면서 아이고 좋다- 이렇게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는 찰나에 짧은 파도를 타고 돌아오는 서핑가이드가 제게 외치더군요.
“Hey- Jay!!! This one!!! Paddle now~!!”
패들링을 충분히 하지 못했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중심을 앞으로 놓은 탓인지, 그냥 그날 그랬어야 하는 탓인지, 아침에 먹은 샌드위치 탓인지, 아니면 5000km 떨어진 어느 한가한 곳의 나비의 날개짓 한번이 일으킨 기류의 변화 때문인지 그 때, 그 순간의 파도는 정말 엄청났습니다. 패들링을 하고 파도 머리 끝에 올라서 일어서는 순간 정말 아파트 3층 높이에서 발 아래 다리미판을 붙이고 뛰어내리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머리 한쪽에서는 이미 늦었어 빨리 다시 앉아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이미 서핑보드 위에 완전히 올라와 있었고 서핑보드 아래의 10미터 정도 되는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마 절반쯤은 탄 것 같아요. 파도 머리 끝에서 허리까지. 그리고 그대로 바닷속으로 처박혔습니다. 보통 wipe out 당하는 상황이라면 미리 숨을 크게 쉬어놓고 ‘아이고 괴롭다~’ 라는 한가한 소리를 머릿속에서 되뇌이면서 물 밖으로 떠오르길 기다리는데 그때는 숨을 크게 쉴 겨를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하는 사이에 몸은 이미 바닷물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물 안에서는 정신없었죠. 친구들이 두발 두 다리를 잡고 하나둘셋- 하며 수영장 물에 던져 빠뜨리는것처럼 푸하~!! 하면서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고 뒹굴뒹굴 파도에 굴려지다 조금 떠오를 것 같으면 어디선가 다른 파도가 들이쳐 몸을 다시 바닥으로 끌고 가니까요.
조금 있으면 떠오르겠지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사라진건 굴려지던 제 몸 어딘가가 바닥에 있던 바위와 닿았을때 였습니다. 파도가 수면 아래 끝까지 저를 잡아끌었던 것이죠. 무섭고 정신이 바짝들어 바로 수면을 향해 올라오기 시작했고 한톨만큼의 숨이 남아있을때 비로소 물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디론가 날아가버린줄 알았던 보드도 금방 찾을 수 있어서 겨우 붙들어 잡고 숨 고를 수 있었죠.
그날의 서핑은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보통은 통돌이 당한 후에도 조금 콧물좀 흘리고 으아~ 싫다!! 몇 번 외치고 또 파도를 찾아 패들링을 하는데 그루뿍에서의 그 시간은 정말 대단했어서 다시 타기 힘들더군요. 라인없에서 벗어나 배에 올라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길에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내가 서핑클럽 하나 만들게 되면 꼭 이 때의 경험을 써먹어야지라고.
아직 서핑클럽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제이웍스의 두번째 서핑 티셔츠인 Washing Machine Surf Club 로고 티셔츠를 선보이며 먼저 써먹습니다.
파도를 좀 더 잘 타게 된다면 다시한번 그루뿍에 가서 몸을 적시고 싶네요. 물론 이 티셔츠도 입고 갈 예정입니다. 서핑을 좋아하시는 여러분 모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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